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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이규황 - 『왜 의학이 발전해도 우리는 계속 아플까?』

책리뷰라고 썼지만,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의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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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책 이름시작 일완독 일
이규황『왜 의학이 발전해도 우리는 계속 아플까?』23/01/3023/01/31

간략한 소감

내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의학의 어느 부분에 속하는 분야일까?
한 분야를 깊고 자세히 보다보면 시야가 좁은 곳을 향할 수 밖에 없다, 틈틈히 큰그림을 올려다보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꼽은 한 구 절

사람들이 교육받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믿을 만큼만 교육받고,
자신들이 배운 것으로부터 의문을 품을 만큼은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리처드 파인만-

어떤 이야기를 하는 책인가?

겨울 휴가때 읽을 책을 물색하러 서점에 들러서 이 책 저 책 둘러보다가 책 제목의 강력한 Hook에 이끌리어 집어들게 되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방의사가 수술실 뒷 이야기나 질병에 대한 고찰등을 적어놓은 책일 줄 알았다. 기대와는 다른 내용의 책이었지만, 충분히 재밌었고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들이었다.

저자는 한방의사이고 현대의학의 대략적인 역사와 그 과정에서 왜 지금과 같은 의료체계가 만들어졌는지를 간략히 소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면된 다른 의학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현대의학의 발달사

대략 100년 전까지만해도 의사의 대우가 훨씬 못했다는 것은 살짝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사극에서도 의원은 선생님 대접을 받기는 하지만 그리 윤택해 보이는 삶을 살지는 못했었다. 이건 서양의사들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우리가 지금 의료시스템, 의학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립된 것은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다. 플렉스너 보고서에 의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들만 의료의 범주에 들이고 동종의학등은 점점 의료라는 시스템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 록펠러 재단과 카네기 재단의 후원을 바탕으로 현대 의학 시스템이 발전해온 스토리는 현대 의학이 이런 시스템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너무 명확하게 설명해준 것 같다.

외면당한 의학

우리가 흔히 대체의학이라고 알고있는 것들이 원래는 어느정도 권위가 있었던 것들이 많다. 현재도 굳이 분류하자면 한의학은 정석적인 의학보다는 대체의학취급을 받고있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한방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 기분 상해하거나 받지 말라고 하는 교수들이 더러있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 치료과정에서 변수를 줄이고자 함이다; 일부는 자존심 문제도 있겠지만)

  • 생각해보면 나도 양의학을 제외하고는 사짜 의학이라고 생각하고있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알고있던 시스템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지금의 시스템이 정립된지가 얼마 안됐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이론 vs. 임상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이론적 검증과 확실성에만 너무 치우친 채 실제로 효과를 보임에도 외면당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치료법들이 있지만, 현재 우리의 지식상 또는 그 방법의 특성상 과학적인 방법으로 완벽히 검증되지 못하는 것 들이 있다.

과학적 방법에 기반을 둔 의학은 귀납적인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법들에 대해 연역적인 접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환원주의의 한계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환원주의에 대단히 익숙하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개의 구성물질로 쪼개고 각각을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합쳐서 전체를 이해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들어 사람을 세포내지 분자단위까지 쪼개어 각각의 작용을 이해한 뒤 그 지식들을 합쳐서 사람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 당연한 접근 같지만, 복잡계를 이해하는데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 나도 내 연구를 하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우리가 모르는 미생물도 훨씬 많고, 모르는 단백질도 많다. 서열은 알지만 기능을 모르는 단백질도 산더미이다. Pathway 분석을 할 땐, 해당 pathway를 구성하는 유전자를 개별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것도 익숙히 알고있다.
  •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것을 꼼꼼히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큰 시스템을 이해하는데는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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